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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획득
자극-반응 관계의 획득(acquisition), 즉 초기 학습을 이해하기 위하여, 파블로프와 그의 동료들은 먼저 시간적 관계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성 자극(소리, 불빛, 촉각 등)과 무조건자극을 제시하는 시간 간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간격이 길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많은 동물 종과 절차에서 0.5초가 가장 효과적이다. 여러분은 만일 먹이(US)가 소리에 뒤따르지 않고 먼저 주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 라고? 그래도 조건형성이 일어날 것인가?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CS가 US에 뒤따르게 되면 조건형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결과는 파블로프식 조건형성이 생물학적 적응성을 갖는다는 전 제에 잘 들어맞는다. 조건형성은 유기체가 좋은 사건이나 나쁜 사건에 대비하도록 도와준다. 소리(CS)는 중요한 생물학적 사건, 즉 먹이(US)의 출현을 신호해 준다. 숲속의 사슴에게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CS)는 포식자(US)를 신호해 줄 수 있다. 만일 좋은 사건이든 나쁜 사건이든 이미 일어났다면, CS는 아무것도 신호해 줄 가능성이 없다.
마이클 도미얀(Michael Domjan,1992, 1994, 2005)은 일본 메추라기 수놈의 성적 흥분을 조건 형성시킴으로써 어떻게 CS가 중요한 생물학적 사건을 신호해 주는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 다가오는 암놈을 보여 주기 직전에 빨간 불빛을 제시하는 시행을 반복하였더니, 그 불빛은 수놈을 흥분하게 만들게 되었다(그리고 암놈이 도착하였을 때보다 신속하게 교미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수놈은 빨간 불빛이 켜져 있는 지역을 선호하게 되었다. 성적으로 조건형성된 자극은 보다 많은 정액과 정자를 방출하게도 만들었다(Domjan 등, 1998), 총체적으로 볼 때, 메추라기의 파블로프식 조건형성 능력은 개체 번식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준 것이다. 이 예는 조건형성이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는 커다란 교훈을 예시한다. 즉, 먹이를 구하거나 위험을 피하거나 경쟁자를 물리치거나, 배우자를 찾아내거나 자손을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단서에 반응함으로써 동물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준다(Hollis, 1997).
인간의 경우에도 성적 쾌감과 연합된 대상, 냄새, 모습 등은-심지어는 실험에서 사용한 기하학적 도형까지도-성적 흥분을 촉진하는 조건자극이 될 수 있다(Byrne, 1982). 심리학자 마이클 티(Michael Tirrell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나의 첫 여자 친구는 양파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입에서 나는 양파 냄새를 키스와 연합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양파 냄새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연합은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않은 연합도 마찬가지다 (De Houwer 등, 2001). 마이클 올슨과 러셀 파지오(Michael Olson & Russell Fazio, 2001) 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포켓몬 인형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파블로프식으로 조건 형성시킴으로써 이 사실을 찾아내었다. 실험참가자들은 비디오 스크린을 감시하는 감시요 원의 역할을 하였는데, 이들에게 일련의 단어, 이미지, 그리고 포켓몬 인형들을 보여 주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특정 포켓몬 인형이 나타나면 버튼을 눌러 반응하도록 알려주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다른 두 포켓몬 인형이 화면에 나타날 때 하나는 다양한 긍정적 단어와 이미지(예컨대, "신난다"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와 일관성 있게 연합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 단어와 이미지(예컨대, "끔찍하다"나 바퀴벌레)와 연합되었다. 그런 후에 모든 포켓몬 인형을 평가하도록 요구하였더니 긍정적 자극과 연합된 것들을 선호하였다. 그렇게 짝지어졌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한 채, 참가자들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였다.
소거와 자발적 회복
조건형성이 이루어진 후, US 없이 CS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CS는 계속해서 CR을 유발하겠는가? 파블로프는 먹이는 주지 않고 소리만 반복해서 들려주게 되면, 개가 점점 침을 덜 흘린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침 흘리기의 감소는 소거(extinction)를 나타내는데, 소거란 CS(소리)가 더 이상 US(먹이)를 신호하지 않을 때 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파블로프는 만일 몇 시간이 지난 후에 소리를 다시 들려주면, 소리에 대한 침을 리기가 자발적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자발적 회복(SPO- taneous recovery), 즉 시간 경과 후 (약화하였던) CR이 재출현하는 현상은 소거가 CR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티롤(1990)에 양파 입냄새가 지독한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소거와 자발적 회복을 경험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양파 입냄새(CS)는 더 이상 키스하기(US)와 연합되지 않아서 나를 전율케 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때로는 오랫동안 그 냄새를 맡지 못한 후에 양파 입냄새를 다시 맡게 되면, 약하기는 하지만 한때 느꼈던 정서 반응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