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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은 일상과 산업 전반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음성비서, 자율주행차, 챗봇, 추천 알고리즘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AI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의 사고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다. 즉, 인간은 어떻게 기억하고, 판단하고, 학습하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문이 바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다.
인지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인지 과정, 즉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다. 구체적으로는 지각, 기억, 주의, 언어, 학습, 문제 해결, 추론과 같은 정신 활동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사람이 길을 찾을 때 어떤 정보를 먼저 인식하고, 어떻게 기억하며, 무엇을 근거로 방향을 결정하는지를 연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단지 학술적인 영역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인지심리학을 참고하는가?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인간처럼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학습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지심리학의 다양한 이론과 모델이 AI 설계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1. 기억 시스템 모델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기억을 감각 기억 → 단기 기억 → 장기 기억 구조로 설명한다. 이런 구조는 AI에서 메모리 시스템, 특히 시퀀스 데이터 처리 모델(예: RNN, LSTM, 트랜스포머) 설계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챗봇이 이전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인간의 기억 모델을 모방한 것이다.
2.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
인간은 문제 상황에서 직관이나 체계적인 전략을 활용한다. 인지심리학은 이런 전략을 분석하며, AI 개발자들은 이를 토대로 탐색 알고리즘, 의사결정 모델, 강화학습 시스템을 만든다. 예를 들어, 알파고는 바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화학습과 탐색을 결합한 방식으로 전략을 세웠다.
3. 언어 처리 능력
자연어처리(NLP) 분야는 인지심리학의 언어 이해 이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문맥에 따라 의미를 추론하고 문장을 구성한다. 이런 방식은 GPT, BERT 등 AI 언어모델 개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문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구조는 인간의 문장 이해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4. 주의 메커니즘
인간은 수많은 자극 중에서도 중요한 것에만 주의를 집중한다. 이 개념은 AI에서 어텐션(attention) 메커니즘으로 발전했다.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은 입력된 정보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의 선택적 주의 기능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인지심리학이 적용된 인공지능 사례
이제 실제로 인지심리학의 개념이 적용된 인공지능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음성비서는 인간의 언어 이해, 문맥 추론, 단기 기억, 주의 전환 등의 요소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용자의 질문 맥락을 이해하고, 앞서 말한 내용을 기억한 채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은 모두 인지심리학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2.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는 끊임없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인간의 지각과 주의 능력을 모방한 것이다. 차선 인식, 보행자 감지, 거리 계산 등은 ‘지각’의 영역이고, 수많은 시각적 자극 중 위험 요소만 골라내는 기능은 ‘주의’ 메커니즘과 관련된다.
3. 추천 시스템
넷플릭스나 유튜브, 아마존 등의 추천 시스템도 인지심리학의 학습과 기억 구조를 참고한다.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학습하고 장기 기억처럼 저장한 뒤, 새로운 선택을 예측하는 방식은 인간의 기억 작동 방식과 흡사하다. 또한 유사한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구조도 인간 사고 모델과 일치한다.
4. 감정 인식 AI
감정 인식 AI는 인간의 표정, 음성 톤, 단어 선택 등을 분석해 감정을 추론한다. 이는 인지심리학의 감정-인지 연계 이론, 비언어적 신호 처리 연구를 기술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용 챗봇이 고객의 불만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응용의 한 예다.
AI가 인지심리학을 돕는 방식
이제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지심리학의 연구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언어 습득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AI가 어떻게 단어 의미를 학습하는지 분석한다. 또한, 신경망 기반 모델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뇌에서 정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도 세워지고 있다.
마무리하며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은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진화하고 있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인지심리학은 필수적인 기반이다. 반대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과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앞으로 AI가 사람과 더욱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존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지심리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계를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인간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